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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갑부의 술 이야기

[설중취주] 눈 오는 날의 술 한잔

설중취주

- 눈은 오는데 술은 취하고란 말로 한갑부가 만들어 봤소. 

2012년 2월 1일 눈이 온다. 청주에 많이 온단다. 폭설이란다. 그런데 난 왜 기쁜걸까...

눈 오는 날 주당은 '설중취주'를 꿈꾸었다. 창밖으로 소록 소록 쌓이는 눈을 바라보며 술 마시며 취기 도는 기쁨을 세상에 무었과 바꾼단 말이요.

눈 오는 날의 술자리

새벽녁 깊숙히 쌓인 눈에 마음만은 구중궁궐인 한갑부의 집 그 큰 대문이 안열릴까 두려워 하는 생각에 새벽의 비질 소리를 이웃에게 들려 주었다. 어두룩 하게 눈꽃에 가려진 달빛이건만 왜 이리 오늘의 달빛은 청초한가...

눈 쓸고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즈음 생각나는 새벽녁의 술 한잔.

맑은 술 온주가 옳은 선택이지만 겨우 그것 했다 목구녕의 갈증이 나를 애태운다. 흠뻑 취기돌고 싶은 마음에 맥주 한잔, 소주한잔을 달라하여 국민주 소맥을 흔들어 시원함과 취기를 얻고자 한다. 

문득 스치며 든 생각...

새벽녁의 비질 소리는 나에게는 부지런 떠는 모양새지만 남에게는 승질 나는 짜증이었으리라. 그러니 벌주 한잔.

창 밖을 보니 아득하여 아련하구나.

취흥이 돋는구나. 쏟아져 내리는 눈꽃에 흥겨워 춤추는 장구소리 들리누마.

눈꽃에 흥취겨워 나 홀로 마련한 술 자리에 흥을 깨는 친우의 문자 몇자는 날굿이 하지 말고 들어가라 하는구나 내 답하기를 담에 이런 날이 있거든 내 친우께 눈꽃의 즐거움을 일러주마 하였소.

잔잔한 눈꽃송이에 바람이 일렁이니 애잔한 가여움이 보이는가 보오. 사내자식인 내는 가슴팍이 이리도 여리다오.

새우살을 살짝 부쳐낸 꼬치 대여섯에 또 한잔을 흔들어 보네.

한잔을 삼키우니 부드러운 거품이 안주들어 씹어 삼키니 향취 어린 맛이 무엇을 바랄꺼나 무엇을 욕심낼까?

설중(눈오는중)에 이만한 자리면 내 생이 정 스럽다 할만하지.

담배 한대 대차게 씹어 물어보니 꿈, 희망, 거기에 야망도 있었지. 이젠 모두 접고 지우고 그저 이생 그만하고 싶음만 간절한데... 불혹에 이르러 싱싱한 푸르름을 꿈꿀거나 생에 정겨움을 생각할까 얼굴에 쓴웃음 피우며 사내의 노곤하고 슬픈 인생을 18 두자 뱉으니 모두가 해결되는구만

잔잔하게 떨어지는 눈.

휘몰아치며 떨치는 눈.

그친 눈에 휑하게 날리는 바람 눈.

이 눈에 맞추어 사내의 술은 슬픈 잔, 호기로운 잔, 외로운 잔이 있고 석삼잔 모두를 내 꺽어 마셨으니 남은 것은 빈병이고 처량한 외서린 목숨 하나 의자에 걸쳐있다. 

초목의 필부지만 술 한잔 마시어 거칠게 말 한번 타고싶은 생각이 드는것은 취주의 즐거움이라 거친 숨소리와 박자 맞추며 달리니 뜨거운 얼굴로 대지의 차가움을 녹이는구나. 참으로 가여워지고 가여워지는 새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