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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억조의 재테크

잘 되는 회사는 분명 따로 있다 (5) - 다단계 판매업자가 설치지 않는다.


다단계 판매사업은 1997년 경제위기 이후에 평생직장 개념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직업안정성이 떨어지면서 급성장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경제위기와 같은 <어려움을 겪어 보니 개인이 믿을 것은 역시 돈 밖에 없더라>는 실제 체험과 맞물리면서, 재테크 열풍과 함께 최근 우리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최근 C일보에서는 <다단계의 천국>이라는 제목으로 기획기사를 연재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공론화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회사 내에 다단계 판매로 성공한 직원이 있으면, 망하는 회사로 보아도 틀림없다. 이 직원의 성공은 역설적으로 다음과 같은 것을 의미한다.

‘회사의 직원들은 불안하다. 따라서 동료가 근무시간에 개인사업을 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회사의 근무시간에 개인사업을 해서 성공했으니, 회사월급은 공짜로 준 것이다. 인사부는 직원들의 동향에 깜깜이다. 다른 직원들도 회사일보다 다단계 판매사업의 성공으로 회사를 떠나는 것을 꿈꾸고 있다.’
국내 정상급 기업으로 인사관리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평가받는 A보험사의 경우, 최근의 인력 구조조정 과정에서 1순위가 다단계 판매를 부업으로 하는 직원이었다. 또한 국내 대형 우량은행인 B은행은 다단계 형태의 부업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직원들에게 하게끔 하고, 적발될 경우에는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것을 명문화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제대로 된 회사는 회사 내의 다단계 판매사업을 공식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듯 하다.

오래 전에 나 자신도 여러 번 다단계 판매의 권유를 받고, 어쩔 수 없이 사업설명회에 몇 번 참석해 본 적이 있다. 대표적인 다단계 판매기업인 A사의 설명회였는데, 이야기 하는 메뉴는 다음과 같았다. 대개 강사들은 “꿈을 가지고 있느냐”, “직장을 몇 년 더 다닐 수 있느냐”, “현재 삶에 만족하느냐” 는 등의 질문으로 먼저 청중들에게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 다음으로 다단계 판매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고급차를 타고, 해외여행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현실에 대한 불만과 사업에 대한 희망을 극대화 한다. A사는 마이크로소프트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회사이고, 전직 미국대통령도 A사의 회원이라는 것들을 거창하게 소개하면서 안심시키고, 이 사업은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성공 할 수 있다고 부연한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가능성이 큰 사업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하면서, 이 사업을 알고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세상을 멍청하게 살 수 밖에 없는 사람들로 몰아세워 청중들의 조급함을 극대화하고 끝낸다.
그러나 판매원의 90%가 월평균 3만원 미만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든지,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

개인이 다단계 판매사업을 하고 말고는 개인의 선택사안이다. 그러나 회사생활을 하는 사람이 다단계 판매사업을 하는 것은 다른 차원에서 생각해 볼 점이 있다. 나 자신의 체험을 다시 이야기 해 보자.

위에서 말한 A사의 사업 설명회에 참석하였을 때다. 서울의 어떤 장소에서 100명 이상의 사람이 참석한 가운데 30대 중반의 연사가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사업 시작 후 2년 만에 월 1천만 원 이상의 고정수입이 생기게 되었다면서, 적극적으로 이 사업을 하라고 권유하였다.
그러면서 자신을 명문대학을 나오고, 미국의 유명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서울소재 모 대학의 공과대 교수라고 소개했다. 그는 자신과 같은 엘리트들도 하는 사업이니 걱정하지 말고 해 보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이 사람의 비겁함에 경악했다. 요즘처럼 변화가 빠른 세상에, 그것도 전자공학과 교수라면 한 눈 팔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도 흐름을 따라갈까 말 까인데, 이 사람은 자기직분은 내 팽개치고 교수라는 직함만 이용해서 자기 장사하는 것 아닌가. 이 사람은 월 1천만원을 벌 수 있으나, 학생들은 무엇을 배울 것인가. 단순한 부업차원이 아니라 본업처럼 되었다면, 교수직을 물러나서 다단계 판매를 주업으로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사람에게 수업받는 학생들이 불쌍하게 생각되었다.

미래가 불안한 샐러리맨이 부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별다른 일이 없어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 다단계 판매에서 가능성을 찾는 것은 오히려 권장할 일이다. 그러나 본업인 직장이 부업처럼 되고, 부업으로 시작한 다단계 판매가 본업이 되어버린 샐러리맨이 계속 양다리를 걸친다는 것은, 회사에 엄청난 손해를 끼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그 사람의 월급차원이 아니라, 회사전체의 근무분위기와 근본적 기강을 뒤흔드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작년에 일부 교사들이 학생들을 사실상 인질로 하여 학부모들을 상대로 다단계 판매 사업을 하였을 때의 문제점을 생각해보라.

다단계 판매사업의 성공담이 많다는 것은, 회사가 조직적으로 무너졌다는 것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근무시간에 회사전화로 개인사업을 하는 개인사업자들이 득실댄다면 망하는 회사라고 보아도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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