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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갑부가읽은책

[문재인의 운명] 노무현과 함께한 대한민국의 전진

정치인과 정치집단에 대한 점수를 매긴다면 역대 정권 모두 당시대 국민 모두가 낙제점임을 통보할 것이다. 세월의 줄기를 쫒아 역대 지도자중 그 나마의 높은 평가가 박정희와 노무현에 국한하는 이유는 ‘경제발전’과 ‘정치발전’이라는 양대 축에 가장 부합되는 인물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굶주린 배를 채우는 보릿고개를 타파가 먼저냐? 사람 본연의 권리라는 민주가 먼저냐?는 항시 설왕설래(說往說來)가 있으리라. 그렇지만 두 가지의 가치가 모두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던 거대한 줄기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 책은 두 지도자중 정치발전이라는 거대한 강에 “민주”라고 하는 힘찬 깃대를 꽂고 세상을 몰아갔던 노무현의 최측근의 입을 통하여 알려지는 참여정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 있다. 노무현과 그들이 생각하고 꿈꾸고 움직였던 대한민국의 모습을 살피는데 문재인의 눈 만한 것이 있을까 싶다.

이 책을 일독한 후 대별되는 느낌이 하나 있었는데 박통시대 측근들에 의해 기술된 책들의 경우 계획과 목표를 향하여 한없이 나아가는 상사와 부하라는 입장이었다면 노통시대 측근들은 철학과 이상을 공유하며 발맞추어 나아가는 동지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박통의 시대가 주군에 대한 “충성”의 시대였다면 노통의 시대는 주군에 대한 “의리”였다고 할까? 이는 한 시대를 풍미하며 역사를 만들었던 이들의 큰 가치가 되었으리라 짐작한다. 

“문재인의 운명”은 만남, 인생, 동행, 운명의 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만남에서는 역사의 줄기를 움직였던 사람 노무현과의 만남과 운명적 동지가 되어가는 과정을 기술하였다. 인권변호사의 길에서 동업자로서 동지로서 변화되는 흐름과 열정과 원칙으로 치열했던 노무현과의 동행 시작에서 대통령 당선이라는 영광의 과정까지를 말하고 있다.

인생에서는 문재인 개인의 삶을 담담히 서술하고 있다. 순탄하지마는 않은 자신의 인생을 이토록 조용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도 문재인의 그릇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중심이 되는

동행에서는 당선인 노무현을 시작으로 농군 노무현이 되기까지의 참여정부 전체의 집권기 동안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으로서 관련된 청와대의 결정과 정치적 배경, 추진의 결과를 말하고 있다.

운명은 동지 노무현을 떠나보낸 문재인의 슬픔을 토로하며 그를 회상하고 있다. 아마도 조금의 세월이 지난다면 첨언하고 싶은 많은 말들이 있을 것만 같은 여운의 기술이 이어지고 있다.

저자는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과 함께했던 운명적 동행의 시간동안 원칙이라는 거대한 틀을 굳건히 지켜내며 민주라는 가치를 위하여 움직였던 삶의 세월을 공과(功過)에 대한 솔직함으로 표현했다.

집권 후 국정운영을 사전에 그토록 치밀하게 계획해 두고 있었다는 사실만큼은 놀라웠다. 솔직히 참여정부는 그런 것 없이 정권을 맡았다. 대통령 혼자 열심히 공부해서 분비를 갖추고 있었을 뿐, 정당이든 연구소든, 이쪽 진영 어디에서도 그런 준비를 한 곳은 없었다. 그런 것이 우리의 부족한 점이었고, 한계였다고 생각한다.

- 459 page


문재인의 운명 - 10점
문재인 지음/가교(가교출판)

이 책을 통하여 또 한번 노무현이라는 지도자의 진정성과 참여정부가 추구했던 가치를 주목하게 되었고 참여정부의 정책과 결정에 그러한 가치가 어떻게 작용했는지 그리고 그들이 꿈꾸었던 세상이 어떤 것 이었는지에 대하여 권력의 최측근 청와대 비서실장 문재인의 시선에서 볼 수 있었다.

언론에 회자되는 “문재인 대망론”이라는 이야기가 이 책과 어떻게 연결될지는 모르겠지만 한사람의 시민으로서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는 저자의 마지막 구절 의미심장함을 가늠하여 본다.

어쩌면 지금의 세상이 “원칙”에 대한 절체절명(絶體絶命)을 희망하고 있는지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