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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갑부가읽은책

[백산주유소] 한장의 삽화로 경영을 말한다.

경영을 이야기하는 수많은 책을 뒤적이다 보면 한갑부가 수시로 드는 생각이 “이걸 어떻게 적용하는 거야?”라는 의문이다. 독자는 학문을 통한 경영학적 고찰보다는 적용할만한 실증적 사례를 살피고 싶은데 대부분의 실용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백산주유소는 이런 관점에서 살필 때 매우 잘 쓴 주유소 경영 사례집이라 평하고 싶다. 나아가 현재 주유소를 생각하거나 종사하고 있으면서 무엇인가 돌파구를 찾고자 한다면 꼭 한번 읽어보라 권해도 무방하리라는 평을 하고 싶다.

이 책을 선택하기 전 책 내용에 대한 기대감은 예전에 읽었던 “육일약국 갑시다.”의 맥락이었다.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내용으로 육일약국의 공짜전화, 버스주유소, 택시 지점설정 등등의 사례에 대비되어 백산주유소는 4번 인사, 특별한 세차, 무릎 꿇은 안내로 기억될 것 같다. 특히 한 장의 삽화로 책 전체로 꿰뚫었다고 생각한다.

한갑부가 살고 있는 지역구에서 대박을 친 한방오리탕 집이 있었다. 도심 인근의 가든 형태로 운영되는 식당이었는데 음식 맛은 어중간한데도 소박, 중박을 거쳐 대박을 쳤었다. 한갑부가 세심히 살핀 성공비결이자 이유는 오직 하나, 주문은 사장이 직접 상으로 와 무릎 끓고 마주 않아 받는다는 것이었다. 돈 많아 보이는 규모 있는 식당의 사장이 직접 와서 뭣도 아닌 나 한테 이리 존경의 눈초리를 담아 “오랜만에 찾아 주셨습니다.” “정성으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하는 멘트를 날리는데 껌뻑 안 죽을 이가 몇이나 있겠는가? 다녀 본 사람들의 말이 “어차피 식당 거기가 거기 그렇다고 음식 맛 특별난데 몇이나 되나? 친절한데 가자고...”였다.

지금 주유소를 경영하고 있다면 백산주유소에서 적용하고 있는 모든 서비스를 다 빼고...

왜? 

이벤트, 세차 이런 것은 돈 들어가고 삭신 고달프며 사람 충원해야 하고 교육하려면 가지나 나쁜 하이바 까지 써야 하니 다 접고 딱 하나 고객보다 눈높이를 낮춘 주문 방식만 고려해보자. 쩐 안 발라도 되고 모가지와 무르팍만 조금 고달프면 되니 말이다. 이것만으로도 자세가 틀려져 손님 확 당길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책장을 덮고 나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저자가 특별하다고 온통 감언이설(甘言利說)해 놓은(아직 한갑부는 여기 주유소는 안 가봤으니 경험하기 전에는 믿을 수 없다. ^^) 외부세차를 넘어선 내부세차와 하부세차까지 해준다는 백산의 세차서비스를 받고 싶다는 것이다. (아마도 한갑부 승질에 한유한때 날을 잡아 길바닥에 기름 버려가며 기름 넣으러 갈 것이다.) 솔직한 마음으로 세차비를 고려한다면 기름 값이 조금 비싸도 세차와 상쇄되기에 고객 유인에 엄청난 효과를 발휘하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꼭 경험해 보고 싶다. 더 솔직하게 말한다면 대체 세차 원가가 얼마인지를 알고 싶다. 언제고 만땅 채우러 가리라...

책속에서 제일 아쉬웠던 것은 조직 관리에 대한 좀 더 저렴한 까발림이 있었으면 한다는 거다. 인간관계 누구라도 오그라드는 쪼짠한 밴댕이들의 사건 사고가 이어지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저렴한 껀 들에 대한 해결책의 까발림이 아쉽다.

속출하는 이직을 다른 주유소 보다 높은 임금으로 넘어서고 직장이라는, 직업의 회사라는 개념을 잡고 정식직원 채용을 통하여 조직을 만들어낸 과정 대단하다는 말로 되려나...

한갑부는 세상의 모든 일이 사람으로서 사람을 통해서만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이 제일 힘든 부분이다. 지금도 사람이 제일 고민이다.

사람...

이걸 좀 어떻게 하고 싶은데 참 뜻대로 안 되는 것이 사람이다. 저자는 이에 성공한 것 같은데 이를 좀 더 알고 싶다. 저자가 사용한 세세한 방법에 대한 내용이 적어 아쉽다. 친절한 인간관계 이게 되어야 즐거운 일터를 만드는 터전이 만들어지니 모든 관리자와 경영자의 고민일 것이다.

백산주유소 - 10점
문성필 지음/시간여행

우리는 때때로 “먹고 살려면 뭐는 못하겠어?”라는 말과 각오로 자신의 일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런 이들치고 우직하게 무언가를 끌고 가는 것을 보기 힘들다. 결국 실천의 문제다.

먹고 사는 문제는 치밀하게 살피며 치열하게 고민하고 대차게 끌고 나가야 한다. 한갑부는 일터에서 “다부지다”로 표현되는 다부진 일꾼들을 좋아한다. 자신에게 벅찬 일에도 굳세고 야무지게 일을 끝내는 이들 말이다. 또한 나도 그런 일꾼이고 싶다.

저자는 폐업의 위기에서 시작된 주유소를 성공으로 이끈 일련의 과정을 기술하면서 이런 다부지게 일하는 방법과 모습을 담아 한권의 책으로 엮었다. 아쉬운 부분도 많고 적용이 어렵게 생각되는 부분도 있지만 현실이 녹녹치 않은 주유소라는 피 터지는 시장에서 살아남은 승자 경험에 즐거운 책읽기였다. 


시간여행의 김 발행자님...

타 출판사 몇 권의 도서 리뷰가 있었지만 책을 보내주시며 봉투에 "00선생님께"라는 존칭의 수기는 오랫만인가 합니다. 이런 내용의 책을 출간하는 출판사 답다는 말을 꼭 전하며 감사함을 보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