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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갑부가읽은책

[백가기행(百家紀行)]강호(江湖)의 이야기꾼이 말하는 집.

백가라 하였으니 백집을 방문한 기행인줄 알고 읽기 시작했으나 당연지사 제목은 낚시였다. 디자인의 길에 서서 답사의 레포트에 이 책을 참고하고자 한다면 목차를 꼭 확인하기 바란다.

개인적으로 한잡부 학부시절 내내 제일 싫었던 수업이 ‘답사’라는 미명하의 돈질과 시간질이었다. 사회의 실제적 노가다에서 전혀 필요 없는 씰떼 없는 시간이었음을 절실하게 밝히고 싶다. 요즘도 DLSR들고 건물을 헤메이는 아해들을 보면 대학의 강의의 부실함과 한심함에 치를 떤다. 그 돈 받고 그렇게 가르치면 불공정거래 행위다.

“건축은 그 실체적 유용성으로서 판단되어야 한다.”

-한잡부-

잘 새겨두기 바란다. 한잡부의 말을... 공간의 특성, 개념 지랄마라. 집은 집이다. 집일뿐인 것 이고 사람이 사는 곳인 것이다. 그런 곳을 어찌 역사와 철학적 깊이가 없이 감히 읎조릴수 있단 말인가? 대학에서는 답사의 미명으로 아해들에게 사진 찍어 오라 돈지랄 하지 말고 먼저 건축에 대한 역사와 사회와 철학부터 갈쳐야 할 것이다. 역시 오지랖 넓은 잡부적 생각이니 부대지(부딪치지) 말자.  

이 책의 저자는 떨어지는 한잡부로서는 첨 들어보는 강호동양학의 고수란다. 강호동약학은 사주, 풍수, 한의학 이라는데 이 세과목을 배우는 분야가 있는지 생소하게 모르는 분야다. 그러나 글의 구절에서 이런 부분의 내공을 엿볼 수 있게 씌여져 있다. 건축적 느낌이 별로 없었던 공간에 대하여 현란한 사진빨과 고전을 빗대어 쓴 문장의 구절을 살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잡부가 생각하는 집은...

“집은 방(房)해야 하고 평(平)해야 한다.”

- 한잡부 -


방은 넓음의 의미도 있지만 막힘의 의미도 있으니 막힐 때 막히고 트일 때 트여야 한다는 것이고 평하는 것은 바닥이 고루 평평하다는 의미도 있고 배수가 잘되어야 한다는 의미도 되지만 안온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평안의 공간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너른 마당에 백토를 펼쳐 펴야 한옥의 참맛이 난다 하기에 우선 방앗간 깍두기(일반용 계산기를 현장에서는 이리 부른다.)들고 두들김부터 하여 쩐 계산부터하는 쟁이의 관점에서의 편협함일 것이리라. 

강호동양학 고수의 글을 잡부가 읽었으니 혜량(惠諒)키 어려우나 차 한잔 마시며 순식간에 읽어버린 좋은 책의 좋은 시간이었다.


이 책의 목차이자 저자가 답사한 스물두채의 집. 한채에는 움막이라는 좋은 단어를 사용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부산 달맞이고개의 다실, 이기정(二旗亭)

- 차는 풍류가 아닌 혁명이다


논산 명재고택(明齋古宅)

- 풍류와 실용이 가득한 집


나주 죽설헌(竹雪軒)

- 보통 사람의 토종 정원


진주 석가헌(夕佳軒)

- 소박하되 품격이 있는 선비의 집


서울 창덕궁 옆 은덕문화원(隱德文化院)

- 서울의 살롱


담양 무월리 도예가 송일근 씨의 방외한옥(方外韓屋)

- “사람이 자식도 만드는데 어찌 집 하나 못 짓겠소”


경주 교동 최씨 고택

-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조선 팔도 최고의 부잣집


해남 두륜산 대흥사 앞 유선여관(遊仙旅館)

- 계곡의 물소리에 번뇌가 사라지는 집


장성 축령산에 도공이 지은 한 칸 오두막집

- 생각이 커지는 작은 집


전주 학인당(學忍堂)

- 구한말 조선 판소리의 메카


양평 건축가 조병수 씨의 땅 집

-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집


구례 쌍산재(雙山齋)

- 명당에 인품이 더해져 명가를 이루다


하동 시인 박남준 씨의 악양산방(岳陽山房)

- 홀로 있어도 두렵지 않고 세상에 나가지 않아도 근심이 없다


나주 박장흥(朴長興) 고택

- 나주의 역사를 담고 있는 집


진주 효주 허만정(曉洲 許萬正) 고택

- 손꼽히는 풍수 명당에 지은 의로운 부잣집


장성 휴휴산방(休休山房)

- 문필가의 글방


서울 성북동의 전망 좋은 집

- 만 가지 경치를 안고 사는 집


하동 악양면 조씨 고택

- 자연이라는 명원(名園)을 품은 지리산의 럭셔리 저택


광주 의재 허백련(毅齊 許百鍊) 선생의 무등산 춘설헌(春雪軒)

- 예인의 풍류와 정신이 살아 숨 쉬는 집


서울 계동 낙고재(樂古齋)

- 한옥 풍류 전도사


부산 조효선 씨의 아파트 다실

- 다실을 통해 가내구원(家內救援)을 실현하다


서울 평창동의 홍지웅 사장 자택

- 문필봉 文筆峰을 앞에 둔 문사 文士의 집


조용헌의 백가기행 - 10점
조용헌 지음/디자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