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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갑부가읽은책

[해를 품은 달]세자빈-액받이무녀-중전에 이르는 첫사랑 성공기

정은궐이라는 작가의 작품 은근히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정작가의 소설을 처음 읽은 것은 역시나 드라마 성균관스캔들 덕이었지만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사실 성균관 규장각은 같은 작품의 연장이니...) 그리고 이제 해를 품은 달이다.

뭐 그냥 편하게 두 작품째 읽은 것이라고 하고 싶다.

언 듯 보기에 딱 소녀 취향적으로 전개되는 사랑이야기라 가볍게 보이지만 담담한 필치가 있고 잔잔함이 있으며 공통적인 주제는 사랑에 대한 애잔함이다.

모든 작품은 해피엔딩이라는 결론으로 결정되기에 행복하며 (규장각에서 청으로 떠나지 않았나? 바꿔치기에 대한 여운을 주면서 말이다.) 남자나 여자나 짠~한 말 “첫사랑” 그 수줍음에 대한 성공이다.

거기에 여자들이 환장할만한 주인공의 남자가 등장하고

남자들의 감추었던 가슴 한귀퉁이를 콕콕 찍어줄만한 미모와 현명함을 가진 주인공 여자가 등장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세상의 모든 남녀가 작가의 글에 어떻게 안 빠져들까? 뿐인가 배경이 역사적으로 조선에 한정되다 보니 페이지 가끔씩에 튀어나오는 고전의 향수에 놀라 페이지에서 주목의 눈길을 보내야한다.

뿐이랴... 아래 같이...
 

연우의 무릎 사이로 들어가면서 몸 위로도 올라갔다.

“우뚝 솟은 산일수록 쉽게 낮아지지도 않는 법이니, 그대의 몸이 힘겹더라도 나를 미웁다 마시오.”

휜의 장난어린 너스레에 연우는 고운 미소로 응수했다.

“깊게 패인 계곡일수록 더 많은 물이 흐르는 법이니, 그 물 맛에 취하지나 마옵소서.”

붉은 비단 이불이 큰 물결을 치며 한번 출렁 움직이자, 붉은 비단 천에 금실로 수놓아진 황금용이 있는 힘껏 꿈틀거렸다.


40대 남자로 대표되는 아저씨들도 좋아할만한 끈적이는 장면도 있다. 필자는 이런 문자의 필치에 주목하고 흥분감이 높다. 거의 조선 잡가의 수준이니 부담은 없으나 그 논리와 묘사가 유려하다.

(해를 품은 달의 전체적 스토리는 이전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해를 품은 달은 편지로 오가며 싹 트인 첫사랑이 세자빈으로 내정이 되고 이제는 사랑의 대상인 왕의 나쁜 기운을 대신 맞아준다는 “액 받이 무녀”가 되고 다시 중전에 올라 사랑의 결실을 완성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하며 읽는다면 푹 빠져들어 단숨에 두 권을 덮을 수 있는 퓨전사극소설(?)로 괜찮은 작품이다.

해를 품은 달 1 - 10점
정은궐 지음/파란미디어

조선을 배경으로 펼쳐질 작가의 또 다른 로맨스 물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