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복대를 섭렵하면서 느끼는 게 청주에서는 그래도 번쩍 반짝의 거리이지만 혼자 술마실만한 저렴 모드의 가게는 부족하다는 현실이다.
번화가 뒷골목의 넘쳐나는 카페와 바가 취하기 좋은 양주로 유혹하는 거리이지만 그거 먹고 탈탈 먼지 날리는 지갑과 카드명세서의 아픔 그리고 “술 끊었어...”로 답변하고 몇날 몇일의 금주, 사실적으로 말해 소주에 오이 먹어야 하는 대장부 살림살이의 처연함 때문에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그러던 그 동네에 만만한 삐루(맥주)집이 하나 생겼다.
명함에 그려진 대로 검색하라는 맥주 전문점이다.
가보고 결론 냈다. 혼자 술 먹기 만만하다고...
날씨 뜨신 여름이 다가오는 5월의 말미에 여름 온도라는 온도계의 수치를 확인하지 않아도 몸으로 느껴지는 답답함과 이마의 땀방울... 일 끝내고 시원한 맥주 한잔의 상쾌함이 간절하다. 그리하여 현대판 사발통문인 문자질로 맥주한잔 하자 해보지만 받아든 모든 이가 ‘묵묵부답’ 청주에서는 천라지망의 인맥이라는 소리를 듣는 한갑부지만 정말 맥주 한잔 간절한 순간에는 혼자다. (이런 순간에 먼저 술 먹자 하는 분을 난 가카~로 받듭니다. 전화주세요.)
그때 찾을만한 집으로 이 집을 찍고 싶다.
따찌에 앉아 먹는 편한 스타일의 맥주집으로 혼자가도 절대적으로 괜찮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자리는 좀 불편하다. 물론 덩어리진 한갑부의 체형이 문제이기 하겠지만 손님 궁뎅이가 편해야 매상이 오른다는 걸 이집 쥔장은 모르는 것 같다. 삐루야 붓는대로 들어가는 것이니 오래 앉을수록 많이 부어지고 그럼 매출 쫙쫙인데... 체인점이다 보니 서울 스타일 느낌 그대로여야 하는가 보다.
안주는 쥐포, 감자, 치즈스틱 가격이 3,000원대로 저렴하나 가격에 맞는 양이다. 하긴 맥주 먹으면 배부르고 입술에 기름 도는 안주니 튀김류가 딱 맞는 안주이지 싶다. 감자튀김을 고깔콘에 접어주는데 촌사람 스타일은 조금 안 맞고... 한갑부에게는 쥐포가 딱 이더라.
생맥주는 카스로 주는데 2,500원... 거품을 맞게 따라주는데 거품 좋은 모양새다. 여기 까지가 기본이고 삐루 전문점을 표방해서인지 마실만한 맥주 많다. 내가 좋아하는 칭따오 대병이 5,000이다. 나 홀로 다찌에 앉아 쥐포 하나 시키고 생맥 두어잔에 칭따오 한병, 그리고 차례 차례 국적과 메이커를 선별해가면서 홀로 마시는 재미...
혼자서 맥주 한잔 즐길만한 좋은 집이다.
혼자가서 바로 채울것만 같은 쿠폰... 만원의 행복이라는 문구가 실현되는 맥주이라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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