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서 일만권을 독파하였더니...
모름지기 장부는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하지 않던가.
죽간 다섯 수레를 무게로 헤아려 책 일만권을 가늠하여
잡서 일만권을 독파하였더니
정서 한권을 정독한 이 이르기를
대가리에 든게 많으니 말만 많다 하더이다.
기운이 하늘에 닿아 오를 듯 내릴 듯 하는게 주도라 이르기에
손 닿는 곳 잡히는 곳서 술 뒤짐하여 찾아내니
주종과 도수를 가리지 않고 동양과 서양을 나뉘지 않고
일백 병을 마셨더라
명주 한병을 마신 이가 취흥 곁에 이르기를
아는게 많아 먹고 싶은 것도 많으리라 하더라.
이 세상의 흐름이 이와 같으니
책 일만권을 읽어 백가지 기예를 익히고 배워 가졌어도
정서 한권과 명주 한병만도 못하다.
일만권의 지식과 백가지 기예를 쓰는 곳은 오직 저 세상이니
이 세상에서는 식충(食蟲)이라 아는 것을 뽐내며 밥버러지라 불리어도 욕 됨은 아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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