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 희락(喜樂)의 끝 “술”

세상의 끝, 희락(喜樂)의 끝 “술”

세상이 점점 각박해 지는 것 같다. “한잔 해야지” 이 절절하고 애틋한 말이 문명의 혜택인 핸드폰의 보급으로 나타난 빈말인 “있다가 전화할게”처럼 “담에 소주나 한잔 하지”로 바뀌었다.

즐겨 찾는 소주 값도 많이 올라 이제는 사천원을 바라보는 작금의 녹녹치 않은 현실에서 집 옆 동네슈퍼에서 일병 천원을 고수하고 있음에 나는 진실로 감사한다.

어느 자리에서나 어디서나 술은 인생의 즐거움을 같이한다.

한없이 쑥스럽고 오금저리는 사랑고백의 자리에서는 용기를 북돋아주고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어른이라는 힘겹기만 할 것 같은 호랑이 장인을 처음 뵙는 자리에서도 사내로의 당당함을 내세울 수 있는 호탕함을 마련해 준다.

가운데 다리를 마주보며 온갖 잡스런 장난질을 같이 했던 옛 친구들과는 세상의 끈이 되어 주고 고민을 들어주었던 선배에게는 예우로 말 잘 듣는 후배에게는 챙김으로 가슴에 남는다.

어쩌면 술은 슬픔일지도 모른다.

부모 형제를 넘어 자식을 가슴에 묻는 허망함도 이로서 달래며 한솥밥 먹던 동료의 불행에 찔끔거리는 눈물방울을 한잔 술로 대신한다. 아무리 험하고 힘든 일을 당해도 내 맘을 아는 술을 벗 삼아 스승 삼아 슬픔을 하늘에 흩내버린다.

그래서 술이 희망인지도 모른다.

내게도 이런 좋은 일이 있다 하며 와라락 하하거릴 웃음거리가 있다면 탕이 흐리고 찬 가지 부족해도 이웃과 더불어 마시는 한잔 술이 간절하다. 곤궁(困窮)한 살림에 삶이 구차해도 세상사의 모든 시름을 순식간에 없애 버리는 신묘(神妙)함이 있기에 술은 만사(萬事)를 술술 풀리게 하는 술인가 보다. 내 보기에는 이리 좋은 술이기에 삼천갑자를 보낸 동방삭도 술맛을 알았다면 결코 천도복숭아만을 탐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술은 또한 한계를 결코 지우지 않는 호방함이 있다. 논어 향당편을 펼쳐 성현의 술 마시기를 살필 적에 ‘유주무량(唯酒無量)’이라 했으니 공자께서도 술의 양을 헤아려 정하지 않으심이 분명하다. 내가 잔을 나누어 건네고 건네받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정을 담아 따랐으나 그 크기를 가늠키 어려우니 아마도 술 줄기는 물줄기 마음줄기 되어 세상 이들의 마음을 타고 인간세계 한계를 넘고 있으리라.

비워야 채워지는 것이 있으니 마음이요.

채워져야 비워지니 자연의 순리이다.

용이 구름에 기대어 바람을 타고 하늘에 오른 이치를 지혜의 끝이라 하면 궁극의 한계를 드러내지 않음은 오직 술 뿐인가 하며...

그러하기에... 

세상이 비에 젖는 오늘 같은 날 나 또한 세상이 비 젖듯 이 몸을 술에 적시어볼까 한다.

이래서 술은 향기롭다 하는 것이다.

이 글은 “세상의 이야기꾼 담배”라는 다른 분의 글에 맞추어 그보다 더 좋은 친구라 생각되는 희락의 끝 술에 대하여 적은 겁니다. 적은 이유는 비 와서 일이 없는 이 마당에 할 일 없이 사무실서 죽돌이하기가 옹색하여서 이고 글의 목적은 비 오는데 하나 꼬셔 주루에 내달아 담배 한대 꼬실르며 술 한잔을 쩐 지려는 장쾌한 대업에 있습니다. 

한갑부가 술 먹어감서 오래 살려고 마시는 게 궁금하다면 Click~!
유주무량(唯酒無量) 이게 궁금하다면 Click~!
삼천갑자 동박석(삭)이 궁금하다면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