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로 인해 전에 살던 고향동네에서 여기저기로 뿔뿔이 흩어져야하는 아쉬움에 동네 몇몇 형님 아우들과 만들어진 모임에서 제주도로 여행을 갔던 마지막 날 밤이다.
여행사에 입금되고도 꽤 많은 잔액이 넉넉히 있다고 했지만 가외로 잠수함타고 회 사먹고 어찌어찌 하다 보니 회비가 바닥이 났다.
어느 한팀은 충청도 양반을 의식해서인지 조용히 일찍 잠자리에 들어갔고 또 다른 팀은 백원짜리 고스톱에 눈이 반짝 반짝 열을 다해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며...
‘더우니 문 열어라!’ 옆방 다른 이들이 떠든다고 욕할까봐서 ‘다시 닫으라.’는 둥...
심부름하는 형님은 열어라. 닫아라. 반복시킨다고 투덜대며 그래도 끝까지 시중드느라 오락가락 이다.
그렇다고 모처럼 어렵게 추진된 여행을 쉽사리 잠 만자는 것 보다는 좀 더 알뜰하게 즐겨보자고 몇몇이 일어나 호텔 근처 제일 가까운 노래방을 찾았다.
역시 백원 짜리 고스톱 보다는 신경 곤두세울 일 없으니 부담 없고 마음 편하단다.
허지만 그래도 또 계산해야할일이 있다.
백점이 나오는 사람은 일단 만원씩 솔선수범해서 내기로 별다른 약속 없이 자연스레 흥을 돋구어 갔다.
음료수 등 마실것도 풍족하게 사서먹고 또 내일을 위해서 많이 모아질수록 좋다는 저마다의 바램이다.
처음에는 그냥 박수치고 장단 맞추고 노래하는 이는 열심히 불러서 행여 백점이 나오면 기분 좋아 만원을 내던 것이 몇 차례 거치다보니 이건 행여 백점이 아니면 서운타.
어떻게 해서든 백점이 나와야만 기분도 좋고 공금도 넉넉히 마련되는 것이다. 하여 점수가 나올라치면 저마다 눈이 반짝 백점 나오기를 기다리며 소리 지르고 깡충! 깡충!
또 만원 보탰다고 좋아라. 하다 보니 분위기가 점점 더 고조되어 갈수록...
이젠 노래가 끝나면 기계 앞에서 아예“ 숭구리 당당 숭당당” 백점 나오게 해달라고 손 모아 합장씩이나~~
허리가 아프도록 웃어 제키기를 거듭하다보니,
이젠...
아예 돈 받아 모아 헤아리던 숙이 아우가 숫제 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는 것이 아닌가?
노래 실력이야 어떻든 가수 나갈것 아니니까 돈만 보태지면 되는 것이기에...
“제발 백점 나오게 해달라고 ”~~
아무튼 눈물이 나오도록 그렇게 많이 많이 웃어본 날은 없었던 것 같다.
노래 부른이는 자기가 부른 노래가 백점이 나왔으니 좋고 팀원들은 회비가 늘어나서 그래서 즐겁고~ 그렇게 하루 밤이 흘러가게 되었다
경치 좋고 물 맑은 제주도까지 와서 구경 못하는 밤 시간은 또 이렇게 알뜰히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왔다.
그날의 형님 아우들 부디 건강하고 늘 행복한날만 계속되길 바라면서...
노래방 기계에 대고 절하던 우스꽝스럽던 그때의 그날을 추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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