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時流)의 무게
자방은 십년세월동안 죽간을 썩였고
회음후는 대장인을 받기까지 십년 세월을 기었다.
와룡 또한 썹에 누워 천하삼분의 큰 계교로 헛꿈을 꾸어대며 천하를 품었으며
상당이 나이 사십이 넘도록 한일이라곤 고작 경덕궁에 기와를 벗겨 파는 일이었다.
내게 흐름을 읽는 통찰이 있으나 연이 없고
내게 만들고 부리는 경륜이 있으나 세가 없고
내게 정(鼎)의 무게를 가늠할 지략은 있으나 칼이 없다.
오직 하나 통찰과 경륜과 지략으로 기다리는 것은 이것인데 그것이 없으니 오늘을 설워하며 한잔 술을 들어 덧없는 내 생을 위로할 뿐이다.
부디 그가 내 생의 끝자락에서라도 다다른다면 내삼천외팔백(內三千外八百)하고 낭묘지지(廊廟之志)를 이룰 것이다.
오늘도 일배(一杯)의 간곡한 기다림은 시류(時流)의 무게가 그 만큼 깊기 때문이리라.
소주의 무게를 느끼기에는 한갑부는 오늘도 가벼운가 부다.
- 한갑부가 술 안마시고 쓴 몇 안되는 글이다.
천하쟁패의 나날을 보내면서 하늘의 주인이 이 사람이 될줄 그 뉘라서 알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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